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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중/소설

[소설/영화/추천도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지음

 

(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책 출처-나무위키 (오) 출처 - 네이버 영화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스미노 요루 지음

 

저자도 사람인지라, 우선 제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글이 시작됩니다.

"스토리에 앞서 우선 제목에서 어떤 상상을 하셨을까요.

(중략)

다만 다 읽은 후에는 제목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변화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말끔

하게 사라졌습니다.

 


우연찮게 동급생의 시한부 인생이라는 무지막지한 비밀을 알아버린 주인공,

그 주인공의 이름은 소설이 끝을 향해 달려갈 때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소설 중간에도 나오지만, 친한 친구하나 없고 남들과 사회적으로 약속맺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던 탓에, 사쿠라와 일이 엮이던 중 일명 <공병문고>에 본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게 되는데, 남주인공의 이름을 베일에 가려지게 함으로써

이러한 부분을 연출적인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어번역작에서는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 '사이좋은 클래스메이트' 등으로 불리웁니다.)

 

일방적인듯 하지만 사려깊은 사쿠라의 깜짝 제안에도 불구하고

남주인공은 싫은 티를 내면서도 어느 것 하나 거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숯불고기, 내장고기, 달달한 디저트 무한리필, 그리고 비밀스러운 1박 2일 여행까지.

 

독백에서도 드러나지만, 풋풋한 학창시절, 소년과 소녀의 어린 감성과 그들의 시선으로

소설을 바라보면서 절정에 달하는 그들의 감정에 흐뭇한 미소와 함께,

안타까운 독자의 리액션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칭찬할 것은 실은 산더미처럼 많았다. 
분명 휴대폰 메모리에 다 담지 못할 만큼." - p.249 

 

 

사쿠라와 단짝인 교코는 남주인공이, 사쿠라를 가지고 노는 것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의 만행(?)을 바라봅니다.

이들의 행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비단 교코뿐만이 아닙니다.

사쿠라의 전남자친구, 같은반남학생도 있습니다.

(초사흘 안에 헤어졌어도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겠죠.)

아무튼, 그들의 따뜻하지만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쿠라와 하루키(남주인공)는 시시콜콜한 말장난과 남들이 봤을 때,

비밀스러운 그들의 관계속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일상적인 언어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굳건히 다져나가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쿠라의 알 듯 모를 듯한 애정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하루키를 보며 약간은 서운해하는 사쿠라를 보며

독자로서 안타까우면서도,

이런 모습이 학창시절 나름의 소소함과 더불어 애간장을 태우는

간절한 사랑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 테니까. (중략)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만, 오로지 나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나 자신의 책임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 - p.289

 

 

소설이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내면의 성숙과 더불어 사쿠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보게 되는 하루키입니다.

반전과 함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의미를 확인하면서 잠시나마

전혀 상관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발칙함을 반성해봅니다.
글 앞부분에서 어딘가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었다는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췌장이 아픈 사쿠라를 위한다는 의미, 그리고 사랑과 우정이라는 단어가 아닌 형용할 수 없는 관계로서 사쿠라를 잃고싶지 않은 하루키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소년감성으로 돌아가, 눈물을 훔칠 수 있었던 책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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